어제(11월 19일) 아내와 속리산을 종주하다.
8월달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겁도없이 여름철에 오르다가 된통 혼나서인가?
그후로 이리저리 산행계획을 세워도 어째 일이 이리꼬이고 저리 꼬이다보니
갈기회가 없네.
그러다보니 산행을 거의 포기상태가 되어서인지 한달전부터 계획했던
이 속리산 종주도 어째 마음이 썩 내키질 않으니 갈까말까 망설여지는데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아내도 그렇다하네.
그런데 이럴때 정말 않가게되면 앞으로 계속꾀를 피우게되고 그러다보면
정말 못가게 되는것.
내켜하지않는 아내를 닥달하여 일단 떠나보고 가봐서 정 맘에 내키지않으면
등산은 포기하고 오자고하고는 일단 출발을했다.
저녁 8시경에 속리산 아랫동네 모텔에들어 식사와 술한잔을 하고는 9경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5시에 요란한 휴대폰 알람소리에 부시시 일어나니 어째 몸 컨디션이 영~~.
가져간 밥으로 아침을먹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산골의 아침이라 그런가?
영 날이 밝아질 생각을 않는구나.
어느새 몸의 컨디션은 제자리를찾아 개운해졌고.
일단 6시50분경에 행장을 추스려 모텔을나서서 매표소앞에 당도하니 아침 7시.
그때서야 날이밝는다.
입장료라나 뭐시기 문화재 관람료라나, 일인당 3000원씩 6000원을 내면서
꼭 도둑놈에게 빼앗기는 돈같아 아까워 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갈건지 짜증이 나는걸 억지로참고 07시 05분에 매표소를 출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약 6km의 산길을 올라 처음봉우리인 천황봉에 오르니 09시 정각.
1시간 55분 걸렸구나.
첫눈이 살짝깔린 산길을 우리부부의 발자욱으로 첫신고를하는 기분도 삼삼하구나.
오르는 동안에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 계곡에부는 바람소리가 꼭
제트기 엔진소리같이 고막을 흔드는데 천황봉을 내려와 신선대를 거쳐
문장대를 가는 3.5km구간을 바람에 날리고, 바람에 밀리고, 바람을 피하느라
뛰다시피 가면서도 귀에 파고드는 딱따구리인지 크낙새인지 나무를쪼는
따다다다다다..... 하는 경쾌한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더라.
쪼는놈이야 벌레한마리 잡는답시고 중노동에 죽을맛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봉우리를 4개넘는 산길이라 그런가?
문장대에 도착하니 10시30분.
문장대에 올라갔다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는
되는것같이 춥다보니 땀이식어 추워지기전에 하산을 하였다.
문장대에서 법주사까지야 경사가 완만하니 5,6km를 내려오니 12시20분.
매표소에서 천황봉을거쳐 신선대를지나 문장대에서 다시매표소,
총 약 16km의 산길을 5시간 15분걸려서 다녀왔구나.
무슨 기록경신 같은걸 하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을하던 시간을재는
버릇이 들어서인가.
자전거로 통근할때도, 어느 목적지에 갈때도 꼭 시간을 재고 기록한다.
특히나 산을 빨리타는것이 결코 자랑이 아니요 오히려 서둘다 다칠수도 있는것.
그저 산행은 느긋이 산과함께 호흡하며 주변을 감상하며 하는것이 정상이란건
잘알고있다.
그렇지만 오르는 동안에 어지간한 산은 주변이 나무로 꼭 막혀있으니
그저 체력이 되는대로 오를수밖에.
참 대단하다.
그렇게 5시간15분을,
그리고 그전에 7시간에서 12시간이 넘게 산을타고는 그날도 그렇고 그다음날에도
어디한군데 아픈곳없이 멀쩡하고 개운하게 아침에 일어나는 이 체력.
자만심이 아니고 이런체력을 갖게됨을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며 오늘도 힘차게
이 아침을 맞는다.
기꺼이 맞아들여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해주신,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연사랑의 한 마음으로,
속리산 신령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글을 11월 20일날 쓰다보니 어제라 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