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첫 처가방문.발바닥 수난의날.차라리 맞을껄.........
우리남친들 다 그랬나 모르겠네그려.
결혼후 신혼여행 다녀와서 처가에 처음 들르게되면 처가동네 청년들이
벼르고 있다가 신랑의 발바닥에 뭐 정력에 보탬이 된다나 뭐라나.
경락 맛사지 해준답시고 별로 달갑지도 않구만 발바닥에 몽둥이
찜질을 해대는 그 고마운(?)행사를 다들 경험해 봤는지.
84년 7월8일,
그 뜨거운 여름날이 우리부부의 결혼식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지? 아마.
결혼식을 마치고 모월모일날 찾아 뵙겠다고 처가에 말씀드린날
처가를 결혼후 처음 방문 하기전부터 이거참 난리났네.
않봐도 뻔한 일일텐데 그날 가뜩이나 두껍지도 않은 발바닥이
온전칠 못할텐데 이걸 어떻게 견디나......
그래도 가야하겠기에 맏처남 되시는분께 한가지 준비해달라
부탁을 해놓고는 그때당시 소주 대병(2리터짜리)1병을 다른 물건들과
함께가지고 처가로 향했다.
농촌동네 청년들이야 한창일손이 바쁜 여름철이니 저녁에 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처가에 도착하여 인사올리고 저수지 근처로
아내와 산책을하며 발바닥 사수의 전의(?)를 다졌다.
충남의 처가 근처에는 국내저수지 크기로는 몇번째안에 든다는
도고저수지가있다.
개구리의 요란한 울음소리를 우리부부 결혼축하 합창곡으로 들으며
걷고있던중 그때당시 고등학생이던 작은처남이 저만치 오기에
"이크! 드디어 때가왔구나."
하고 긴장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형, 들어오시래유."
"그래, 몇분이나 오셨나?"
"지금 세명이 왔는디 더올지 모르겄쓔."
"음, 알았네."
어슬렁 어슬렁 들어가니 동네청년이라고 3명이 와있는데
두사람은 30대 중반정도이고 한사람은 특전대 군복을입은
현역 군인이었다.
농촌의 젊은이 부족현상을 직접보는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했다.
한사람이 소주 대병을들고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보쇼."
"처가에 신행온다는 사람이 이게뭐요?"
그러니 응수는 해줘야지?
"아 예. 그것은 맛뵈기고 실제 준비한것은 따로있으니 우선
그것으로 목이나 축입시다."
그리고는 부엌에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술잔좀 주세요."
그러자 주변에사람도,장모님도 어리벙벙.
소주잔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 하는 표정들.
"에이, 이거가지고 무슨 술을먹어요?"
하고는 부엌에 들어가 보통 국그릇으로 쓰이는 스텐레스 그릇을
다섯개 가지고 나오니 전부 눈들이 휘둥그레......
그것을 하나씩 돌리고 거기에 소주를 그득히 붓고는
"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한잔씩 하시지요."
하고는 잔(그릇이 맞지?)을 부딪치고는 그대로 꿀꺽꿀꺽
완샷을 해버렸다.
그러자 그사람들은 몇모금 마시고는 술그릇을 내려놓는데
그표정들이 가관이라.
저걸 인상한번 않찡그리고 완샷을???
"아, 우선 한잔씩 드시자니까요."
여름 땡볕에 일하고 피곤해서 들어온 그분들이 소주를 한그릇씩
마셨으니 알딸딸 할텐데 거기에 내가 또 한그릇씩을 부어주었다.
"자아, 두잔은 해야겠죠?"
그래놓고는 또다시 벌컥벌컥 완샷.
참내,
뭔놈의 똥배짱으로 그짓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런 미련이없다.
"자, 그다음은 다른걸로 합시다."
무슨얘긴가 멍한 사람들에게 처남에게 준비토록 부탁한 막걸리
한말들이 통을 가지고 올라오니 이사람들 난리났네.
다시 부엌에 들어가 이번엔 더큰 냉면그릇을 가지고 올라와서는
그릇을 돌리고는 통째들고 막걸리를 그득히 따라주고는 건배........
다시 벌컥벌컥 완샷.
애고,
드뎌 췐다. ㅎㅎㅎ
그러니 이사람들,
자신들도 피곤하지만 이거 신랑이란놈 술처먹는 꼬라지 봐하니
엄청 잘먹는지 그렇게 마시고도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그렇게 마셔댄놈을 어떻게 두들기나 고민하는 기색이 역역하였다.
이리저리 소주 두그릇에 막걸리 세그릇씩을 마시고 얘기를나누고
있는데 장모님께서 냅다 한말씀 하신다.
"아, 내일 일들않혀? 얼렁들 가~아."
그러자 이사람들
"신랑 발바닥은 두들기고 가야쥬~우."
그러자 장모님.
"술췐사람을 뭘패여. 그렁께 얼렁들 가라니께."
와우!
우리장모님 만만세..............!
그러자 그사람들,
아쉬움에 입맛만 쩝쩝다시더니 슬금슬금 일어나 가버리고 말았다.
자,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라.
술도 그리세게 못마시는 주제에 호기를 부리느라 소주 두그릇에
막걸리 세그릇을 잠뽕으로 마셔댔으니 지까짓게 배겨날수가 있나.
밤새 배붙잡고 끙끙거리며 안팎으로 들락날락 난리를 치니
온집안 식구가 걱정이라.
저러다 딸내미 시집 보내자마자 과부 만드는것 아닌가... 걱정이신지.
이러구러 어찌어찌 잠이들었다 깨어보니 아침 아홉시경.
어이구야~~~
속은 알알하니 니글거리죠.
머리는 멍~해가지고는 정신이없지(머리아픈건 경험못해봤다.)
한마디로 지옥이 따로 없더만.
차라리 발바닥 몇대맞고말지 이 무슨 생 고생인가 이꼴이......
앞으로 이런일이 또 있거든 차라리 맞고 말리라.(??? 뭔소리?)
암튼 그렇게 끙끙거리며 아내를 찾으니 잠시후 아내가 장모님께서
담그신 동동주를 국그릇에 한그릇 떠오며 해장하랜다.
생전처음 해장술이란걸 마셔봤는데...
와!
그효과가 아주 그만이더라는 것이다.
짜~악 마시고 잠시 있으니 언제그랬냐는듯이 고통들이 싸악 가시는데
정말 신기하더구만.
"아, 이래서 해장술이란걸 마시는거구나."
그런데 그후에 두어번 해장술이란걸 마셔봤는데 이건 그런효과가
전혀 없더라는거다.
정말 낯술은 조상도 몰라본다는 말이 실감나도록 어제저녁에 마시고
덜취한것까지 마저 취하게 하는게 해장술이더라.
지금은 해장술?
그런거 전혀 않마신다.
암튼,
발바닥을 맞는게 나았을까?
술로 때운게 잘한건가.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왔던 그분들.
그다음날 전부 일을 못나갔댄다.
당장 마을에 소문났대네.
어느집 세째사위가 술을 엄청나게 잘먹어서 마을 청년들 다 잡았다고.
내탓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