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예쁜 공주님입니다.......... 이 섭섭함은 뭐란말인가?

인천백작 2008. 3. 26. 01:48

1984년.

거뭐,

속도를 쬐끔 올렸더만 과속이라고 이 여인네 배가 점점 티가나게 불러오기

시작하네? 

더 늦췄다간 않되겠기에 그해 7월8일.

날도 무지하게 더운 여름날 결혼식을 올렸다.

 

한참 입덧이 심하다보니 신혼여행은 꿈도못꾸고 그대로 집으로귀가.

신혼 첫날밤이 어쩌네 저쩌네하는 말들은 내겐 남의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긴 미리 꾸어다 치뤘으니 할말도 없다마는.......

 

그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불러오는 우리아내의 배를 보면서 덕담인지

정말인지 몰라도 그저 틀림없는 아들이랜다.

 

내마음에야  아들이건 딸이건 건강한 녀석만 나와주면 좋겠다고 하다가도

하도 남들이 아들이 틀림없다고  부추키다보니 어느새 나도 아들이기를

은근히를  넘어서 간절히 바라게 되어버렸다.

산부인과에서는 미리 알려주지를 않으니 답답하면서도 그저 아들이려니....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녀석이 얼굴 내밀날만을 기다리는데.....

 

그해 11월 23일 새벽 2시30분.

 

분만예정일이 2주일정도 지나서 은근히 긴장하던 초저녁 무렵부터  배가 살살

아프다던 아내가 하혈기미가 보인다고 하니 그때부터 비상이라.

 

아내에게 두툼한 옷을 걸치게하고는 드디어 산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내를

안고 밖으로 나오니 컴컴한 밤하늘에선 흰눈송이가 포올폴 날리고 있었다.

새생명의 탄생을 축하라도 하려는듯이.

 

시간은 이미 2시45분.

아랫집 아버지집에 가서는 냅다 대문을 발로 걷어차며 아버지를 부르니 아버지께서

황급히 뛰어나오신다.

 

"아버지, 이사람이 해산끼가 있으니 빨리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그래. 내가 뭘해주랴?"

"우선 도로에 나가 택시좀 잡아주십시요."

"그래, 알았다."

 

앞서 뛰어가시는 아버지를 따라서 아내를 안고뛰는데 그참.

만삭의 아내가 무겁긴 디게 무겁더라.

그때에야 경황이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 그때의 아내몸무게를 안고 뛰라면

절대로 못뛸것 같다.

 

그런데 사람의 운이라면 그런것이 운이었을까?

그때가 지금처럼 콜택시가 생활화된 시대도 아니고 특히나 인천의 석남동이라면

그때 당시에는 거의 외지여서 그시간에 택시가 있을확률은 거의 0 에 가까운데

세상에나..........

택시한대가 있는것이 아닌가.

 

있으니 고맙네 반갑네 따위를 따질겨를도 없이 택시를타고 동인천의 병원으로...

병원앞에 도착하니 3시00분.

아내를 안고 닫혀있는 병원문을 두드리니 간호사 한사람이 하품을 베어물며

나오는데 사람이 생긴대로 논다는것이 정말로 실감이 나더라.

 

못생긴것보다 어째 인상이 구겨진 고양이상  이었는데 이놈의 간호사.

그저 하는얘기가

"올라가세요."

 

"어디로 올라가요?"

물었는데도 고개만 까닥이며 올라가랜다.

 

참 다급한 사람 참을성의 한계를 실험하나....

신경질이 솟구쳐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니, 이보쇼. 어디로 올라가라는지 안내를 해줘야 할것아니요?"

 

그때까지 가지않고있던 택시기사마저 친절히 안내하라며 목청을 높이니

그때서야 이 간호사 돌아서서 안내한다.

 

나중에보니 그병원에서 다른간호사들은 그렇게 친절하고 상냥하던데

유독 그 간호사  하나가 참 불친절하고 신경질 적이더구만.

 

아내를 방에 눕히니 곧바로 다른간호사가 따라와서  보더니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의사를 불러내오고 뒤이어 아내를 분만실로 옮긴다.

그때가 3시 10분.

 

번갯불에 콩을 볶아도 이렇게까지할까?

약 5분이 경과한 3시 15분.

 

드디어 우렁찬 태고의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는 것이었다.

"응애~~~~~."

애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길바닥에서..... 으흐흐 소름끼쳐.

 

아, 드디어 내가 아빠가되는 순간이었다.

 

옆에계신 아버지께

"아버지, 할아버지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허허허. 아비됨을 축하한다. 그놈참 울음소리한번 우렁차구나."

 

아니 그런데.

애가 태어났으면 누군가 나와서 아직껏 알고있는대로 득남을 축하한다고,

튼튼한 장군감이 나왔노라고 말을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말이다.

근데 왜 아무런말이 없는공?

 

그짧은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순간.

간호사 한사람이 나왔고 아버지와 나는 동시에 기대에찬 눈길을 보내는데.

 

"축하합니다, 예쁜 공주님 이십니다."

 

순간 뻥~~~~.

 

아니, 딸이라니.

아들이 아니고?

여지껏 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딸이라니.

뭐 잘못 들은건 아닌가?

 

속 깊은곳에서부터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서운함,섭섭함이 이루 말할수 없었다.

딸이라니 참내.

그런데 아버지표정은 그대로 묵묵함에서 변화가 없으셨다.

나중에 말씀이 아들,딸에 굳이 괘념치 않으셨댄다.

 

그런데 그자리에서 1분.3분 5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딸이라는 사실이 아들을 낳았다는 것보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이해가 않되지만 어쨌든 딸을 낳았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었다.

정말  딸낳았다 동네방네 소리라도 지르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을정도로.

 

그래서 그런가?

지금 이 딸은 내게있어서 친구와같은 자식으로 내곁에서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보고 있기만해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같은 딸로.

시집보낼려면 마음고생좀 해야 할것도 같고. 허허허.....

 

병원에서 퇴원하던날,

친절했던 간호사 한사람에게는 소액의 감사표시를 하고나오다가 문앞에 예의 그

불친절했던 간호사에게 한마디 했다.

 

"애 낳아보셨어요?"

"어머나, 처녀에게 무슨 말씀이세욧."

 

"앞으로 내 낳을때를 생각해서 좀더 친절하시오."

멍하니 바라보는 그 간호사를 뒤로하고 귀가했었다.

 

 

 

지금,

딸이없는 친구들에게 하고싶은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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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딸도 못낳는 바보들아..............!

 

이거 몰매 맞는거 아닌가?

ㅎㅎㅎ

그래도 좋아 죽겠단다.

딸 생각만 하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