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람사는 향기가 진하게 우러나는 우리사랑방.
어린시절,
우리집 사랑채.
노루꼬리만 하다고 했던가?
겨울의 한낮이......
일찌감치 저녁을드신 어른들께서 한분두분 모이시기 시작한다.
봄에쓸 새끼도 꼬면서 혹여라도 그날의 주머니에 여유가있는 어느분이 탁배기 한잔을
내신다고 막걸리를 사오라 심부름을 시키시기도 한다.
물론 다녀오는 동안에 주전자의 막걸리 반은 내몫이지만 어차피 어른들도 그만한 경험들이
예전부터 있으셨던 분들이니 굳이 탓하지도 않으신다.
"오다가 돌뿌리에 걸려서 쏟았다구? 알았다."
ㅎㅎㅎ 그게 막걸리 양을 줄여버린 죄인의심문(?)으로는 끝이다.
어쨌든 남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면서 슬슬 이야기 보따리가 풀려나오는데....
매일 거의같은 얘기인데도 지겹지가 않았으니 그것도 신기하더라.
나는 한켠에서 막걸리 트림이 나오는것을 억지로 참다가 취해서 쓰러져 잠이들고.......ㅎ
그저 어느여인네 속고쟁이 얘기부터 건너마을 최가네 개새끼가 어느새 커서 강아지를 댓마리나
낳았다는둥,
조쪽동네 어느놈은 싸이나를 놔가지고 꿩을 몇마리 잡았는데 한쪼가리 먹어보란 소리도없이
입을 싸악 닦았으니 괘씸하다는등의 얘기들로 입에 침이 튀는줄도 모르고 주저리 주저리 엮다보면
그 얘기들이 그때까지 꼬아놓은 새끼줄보다 더 실~하니 길기만 하더라.
그러다 막걸리가 떨어지면 다음쫄따구(?)가 바톤을 이어받아 주전자를 들고 양조장으로...
이번엔 더많이 쏟았네 그려.
그런데 그런 사랑방이 이곳 우리꼬방에도 있으니 나로서는 이리도 좋을수가 없는것이다.
누가 주제를 정한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글의 형식을 규제하지도 않거니와(태그와 사진만은 빼고).
어느누구의 질펀한 인생사가 되었든 자식자랑이거나 마누라 자랑을 늘어놓아 팔불출소리를
듣는다고 아랑곳이나 할련가.
물론 가끔은 자신의 생각과 동떨어지는 글에대한 항의성 글도 보아는왔지만 그거야 각자 하기나름.
사실 글이라고 공식적으로 쓴것은 초등 삼학년때 전교웅변대회에 나가면서 원고를 써줄사람이 없어
처음으로 내자신이 원고를써서 출전했고 원고덕분인가?
2등을 했던것이 내글의 시효(?)라면 시효다.
그후,
직장생활 하면서 가끔씩 사보에 글을 올렸는데 그래도 남이 보기엔 좀 괜찮아 보였나보다.
그럭저럭 읽을만 했던가?
반응이 그런대로 좋던김에 이곳 꼬방을 알았고 사랑방을 알게되었다.
내글이 친구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던지 신경도 쓰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것은
그래도 내가 하고싶은말,
떠들고 싶은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쓸수있는 공간이 있다는것.
이 이상 얼마나 더 좋을수가 있단말인가?
쓸수있는 공간이있다?
그리고 읽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아니, 많다.
여기에서 얼마나더 욕심을 부릴손가.
됐다!
내게는.
이정도 공간만이라도 충분하다.
고맙다,
많이 부족할텐데도 내글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꼬리로 달아주는 내친구들아.
난 앞으로도 이 사랑방을,
이공간이 존재하는 그때까지 두고두고 깊이깊이 사랑할거야.
사랑한다 사랑방아.
그리고 내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