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당신 남편이 뭐하는사람인지 절대로 말하지 말엇 !.

인천백작 2007. 11. 14. 22:58

한 15년 전 쯤 얘기좀 해볼까?

하긴 그때의 추억이 지금생활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으니까 그런거지만....

 

아이들이 컷으니 나도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선언하고는 곧바로 취업한 아내.

첫 출근 하기전 앞에 앉혀놓고 교육(?)을 시키는데...

 

다른말은 넘어가더라도 꼭 한가지는 철저히 강조해 놓았다.

 

"이보게 숙."

"직장에서 여자들끼리 수다도 많이 떨텐데 말이지."

"다른말은 어쩌든지 다 좋은데 당신 남편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절대로 말하지말게."

 

왜 그러느냐고 되묻는 아내에게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으라고 다시한번

강조해 놓고는 일차 입사교육(말이되나? ㅎㅎㅎ)을 마쳤다.

요게 얼마나 갈까.... 를 점치며  혼자 즐기면서.ㅎㅎㅎ

 

아내가 출근을 시작하니 나의 집안일은 늘어났지만 활기찬 아내의 모습에따라

집안의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다.

그렇다고 그전에 분위기가 안좋았다..... 하는것은 절대아니고.

 

그런데 이런........

 

드디어 일이 터져 버렸다. ㅎㅎㅎ

 

입사한지 일주일후,

저녁에 마주앉아 있는데 아내가 어렵게 입을연다.

 

"저기 말예요?"

"응?  뭐?"

"우리회사 어느 아줌마집에 오오디오(전축 이라고도 했지?) 좀 봐달래는데............"

 

그럼그렇지. ㅎㅎㅎ

속으로 나오는 웃음을 꾹참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꾸짖듯이.

"내참, 이사람아. "

"그러게 내가 뭐랬어?"

"당신 남편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말하지 말랬지?"

 

공연히 미안해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아내.

분명히 그런말이야 얼마 안가서 펑크날걸 잘알면서 장난삼아 한말인데

순진하긴.흐흐흐..

 

 

이그,

저러니 내가 아니 귀여워 해줄수 있는가? 

 

주부 사원들과 수다를 한참떨다 남편얘기가 나오니까 질세라 한다는말이

우리남편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ㅇㅇ전자회사 XX과 ㅁㅁ장으로

근무 한다는 말이 끝나기도전에 어느 아주머니 하는말.

 

"아유~~, 잘됐네. 우리집 전축좀 봐달라 해줘요."

그러더라나?

 

그때서야 내가 남편의 직업얘기를 왜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알아채고는 아차 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지 뭐. ㅎㅎㅎ

 

자아,

이제 스을~슬 값좀 올려볼까?

 

"알았어. 당신의 체면은 살려줘야지 어쩌겠어."

"내일 ㅇㅇ 시까지 간다고해."

그때서야 환해지는 우리아내의 얼굴.

속으로 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참 힘들었네 ㅎㅎㅎ

 

그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아내회사의 전파상이 되어버렸으니.....

 

퇴근하면 오늘은 이집에 오오디오수리,

내일은 저집에 세탁기보수.

그 다음날은 어느집 전기 커피포트.

 

그뿐인가?

어느날은 손에 들고온 누구네집 헤어 드라이어.

아이고~오.

(그때는 A/S 가 곤란한 전자제품이 참 많기도 했다.)

 

약 두어달 뛰어다니니 그래도 거의 정리가 되어가는지 요청이 뜸해졌는데

덕분에 우리 아내의 회사내 입지내지는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하늘이 펑크가

났대나 어쨌대나.

하느님 엉덩이좀 아프셨겠다. ㅎ

 

그런데 그다음에 다른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내가 전문적 사업가도 아니니 고친 물건의 보수비를 도대체 얼마를 주어야하는지

그 댁에서 고민아닌 고민을 해오는거다.

그렇다고 모른척 넘어갈수도 없는것.

그렇다고 내가 얼마 주십사 할수는 더더욱없으니 그냥 아내에게 알아서 하라했더니.

그날부터 집안에 박스가 하나씩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집에서는 과일 한박스.

어느 집에서는 커피잔세트 하나.

어느 집에서는 반상기세트 하나.....

 

젠장,

나 먹으라고 양주라도 한병 보내주는 집은없고 맨 살림살이만..... 쩝.

덕분에 아내만 신났구만.

그, 쩍  벌어진 아내의 입이라니.

뭐 남편을 잘 만나니 이런 호강도 한대나 어쩐대나 쫑알대는 귀여운 폼 하며.

흐이구........

 

그러다보니 그때까지 스텐인레스 스틸 그릇이 대부분이던 우리집에 본차이나같은

고급 자기는 아니더라도 제법 그럴듯한 자기들로 집안살림이 차려지게 되었다.

 

뭐,

덕이야 같이보는 거라고해도 고생한 내꺼는?

 

없다, 젠장.

그냥 이렇게 먹고 사는거지 뭐.

 

어쩌나?

 

마누라 잘둔 덕이라 생각하고 위안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