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족보가 뒤집혔다.

인천백작 2021. 12. 20. 21:27

우리 인간에게는 그나마 참 다행이라 생각되는것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있는 상황에서도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힘든 것은 힘든 대로 일상으로 받아 들이며

그 속에서도 웃음이 있다는거다.

 

생전 처음 그렇게 내몸을 굴려본적이 있기나 했었던가.

군대 훈련소에서 내 몸의 체력을 한계까지 끌어내며 매일을

혹사하는 중에도 웃음은 있더라는 것이다.

 

그놈의 구보.

구령맞춰 뛰다보면 그 얄밉기 그지없는 조교는 또 그렇게 

사람을 달달 볶으며 소리친다.

"50마일!."

"80마일!"

"아 자식들봐라.

젊음놈들 엔진 마력이 그것밖에 안된단 말이지? 라면서 더 빨리 뛰기를

강요하는데.

 

죽어라 구보 하던중 누군가가 뱃속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소리없는 화생방 비상.

와~~~!

그 개스의 화려한(?) 향기라니.

 

그 조교.

구령 부치다말고 코를 움켜쥐며 냅다 소리지른다.

"와~~. 어떤 시키야?"

"진짜 지독하다 지독해 어휴...."

 

모두들 그 다음에 무슨 해코지라도 있을려나 긴장하는데 내가 한마디.

"엔진 과열로 타~~~."

 

그순간.

지금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잠사 잊었는지 그 조교나 우리 훈련병들이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대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구보와 훈련의 힘듦이 어떤건지 잠시 잊고.

그렇더라.

그런곳,

그런 장소에서도 웃을수 있더라.

 

집안의 우환은 또 그런대로 적응이 되어가고 그러다보니 일상으로 서서히

복귀 되어가는 요즘.

외손주 귀여워 죽겠다는 할배의 마음이야 변함이 있을리없지.

 

현관문이 열리며 손녀 둘과 손자 한놈.

세놈이 톨톨톨 구르듯 들어오는데 아이고 이 귀여운 내 새끼들.

 

10살짜리 큰 손녀를 냉큼 끌어안고 볼을 부비며 기쁨에 찬 내말.

"아고, 어서와라. 이쁜 내 강아지들아."

 

그런데 그말을 들은 큰손녀.
"아 따거. 면도했어? 할아버지?"

 

그리고는 이어서.

"근데 할아버지."

"내가 강아지면 엄마는 개 야?"

 

헉?

그게 또 그렇게 되는건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네?

 

가만.

그러면 이녀석 엄마가 개 면 얘 에미를 낳은 나는 또 뭐?

 

뭐야?

완전히 개 족보가 된거잔아?

아고 참내..........

 

그래도 한가지 조금은 다행이다 생각되는게.

 

내 똥 강아지야 라고 하지 않았다는거.

에휴~~~

 

* 근데 이 이야기는 그전에 어디선가 들은것도 같은데 내가 또 똑같은일을

경험하다니 사람일이란게 다 비슷한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