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따슥들아. 내 자리 돌리도~~~오!
이미 지나가 버린것에게 뭘 돌려달라 떼를 써봐야 말짱 헛것이라는거야 잘 알면서도,
그래도 그렇지.
꼭 늙으막에 이런 꼴(?)도 당해야 하다니.
이런때는 누구를 원망 해야하나?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누구든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 거나하게 취하면 지금이야 형편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한때 나도 잘 나가는 그런 사람이었다며 침이 튀는지 씹다만 안주빨이
튀는지는 안중에도없이 남이야 듣던말던, 믿던지 말든지 열심히 화려했던 과거사를
일장 늘어놓는 사람이 예전에는 심심치않게 볼수있었다.
요즘에는 생활수준이 높아 져서인가?
그런 사람이 별로 뵈지는 않더마는.
그래도 그렇지.
내가 지금 꼭 이꼴(?)로 살아 갈수밖에 없단말인가?
참 어처구니 없기는 .....
다름이 아니라.
요즘 내가 자꾸만 얘기를 끄집어내는 우리 손주들,
이놈들 때문에 집안에서의 내 위치가 형편없이 추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하여튼 지금의 내 신세를 이곳에 하소연 하려고 하지만 사실 우리네 남정네들이
거의 다 그렇지 않을까 싶으니 같은 측은지심으로 얘기나 들어주.
첫째는,
그래도 예전에는 내가 분명하게 이 집안에서는 최 상위에 있었다.
우리 어이 숙이 뭘 먹을걸 만들어도 이 영감이 우선이요,
무언가 건강에 좋다는 거시기를 만들어도 나를 생각함이 먼저였단 말이다.
근데 지금?
뭔가 열심히 지지고 볶고있기에 또 뭘 만들려나 궁금해하며 다가가면 꿈도 꾸지 말라는듯
돌아 보지도 않는다.
다 되었다 싶으면 돌아서서 나를 부르는게 아니라 이 손주 세놈을 불러서는 나 보라는듯이
요놈들 입에만 떠 넣어주는 얄미운..... 으~~~~
둘째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아침에 내가 늦잠이라도 잘려하면 아침밥 다 해놓고는 내 침대로와서 내 몸위에 자기몸을
포개어 덮치면서 코 맹맹이 소리로 말했었다.
"여 뽀옹~~. 일어나세요~옹."
다음엔 쪽!
그랬었는데 요즘엔?
택도 없다.
소리부터 꽤액 질러버린다.
"이 영감탱아."
"지금 몇신데 아직 잠타령이얏!"
그 다음엔 요 세녀석이 내방으로 냅다 쳐들어온다.
내몸을 흔들고, 올라타고 등등.
그리고는 한마디.
"하라뿌찌. 일어나 응?"
셋째는
그것 뿐이라면 내가 말도 않는다.
그전엔 우리 부부가 대화하면 거의 70%는 내가 얘기를하고 아내는 들어주는데
내 얘기가 재미있던 없던 아내는 응 응 하는 추임새와함께 가끔 질문도하면서
즐거이 대화를 나누었었는데 요즘,
애들 세놈에게 시달리며 그놈들 옹알거리는 소리에 장단을 맞추는것도 힘들어서인가?
내가 어쩌다 한마디하면 대꾸도 없는적이 종종 있더라.
다시금 재차 묻거나하면 귀찮은듯이 퉁명스레 답하는걸 왜 그러는지 사정을 뻔히 아는데
섭섭하다 뭐라 할수도없고.
한가지 더.
늙으막에 전원생활?
접은지 오래됐다.
저놈들 제 집으로 보낼려면 제 어미가 없어도 하다못해 밥이라도 챙겨 먹을수 있을때라야
될텐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막내놈이 10살을 돼야할것 아닐까?
그러면 내 나이 70.
그 늙은 나이에 어디가서 새 생활을 한단 말인가?
그냥 이대로 아파트에서 살다가 그냥 가는게 최선일것같다.
그외에도,
같이 잠 자본지가 언제인지 감도 안오고 그러다보니 우리 부부간 행사(?)는
언제 치러봤더라?
아내가 애들 데리고 자느라고 다른방에서 자다보니 이게 생활로 굳었는지 주말에
가끔 딸 부부가 애들을 데리고가도 내방에서 함께 자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러다간 어느 우스개 소리처럼 어느 방에서 잔지도, 일어났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겠다는 얘기가 우리 부부에게 해당될까 걱정된다.
부부간 둘이 여행?
접은지 오래됐고 행여 부부동반 모임이 있으면 그전엔 안데려 간다고 궁시렁거리던
사람이 이젠 가자고 졸라도 귀찮다고 안간댄다.
그래놓곤 다녀오면 혼자 가니 좋더냐고 쫑알 쫑알 잔소리는.....
암튼 말이야.
이 모든 나의 위상 추락의 원인은 이 짜슥들아.
네 세녀석 때문이란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러니 얼른 자라서 이 할배의 자리.
빨리 돌리도~~오!
아효.
이것들이 조금만 덜 귀여웠더라도 이런 고민은 안할텐데.
이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어느새 내품엔 한녀석이 안겨있고 내 얼굴엔 나도몰래
행복의 미소가 떠올라있다.
그래,
위에 열거한 저런 일 따위들.
저 일들이 비록 조금은 불만족 스럽긴 하다마는 보석같은 너희들이 주는 행복에 감히
비할바 있겠느냐?
그저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사랑하는 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