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 보다 더 슬픈것.

인천백작 2016. 12. 15. 16:24

독일의 안톤 슈낙 이라는 작가가 쓴 수필중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 이란 제목의

글이 있었다.

아니 있다.

 

그가 말하는 슬프게 하는것 이란게 참 다양하구나 생각되면서 그 글에 공감 했었는데

어느정도 세월이 흐른뒤에 생각하니 은근히 그 글에대한 반감이 생기더라.

왜 슬픈것만 생각해야 하는가?

 

그래서 얼마전에 이곳에 그 반대로 우리를 기쁘게 하는것들 이란 제목으로 나름의

기쁘게하는 일들을 열거 한적이있다.

(안톤 슈낙도 나중에 우리를 기쁘게 하는것들 이란 글을 썼다고 하더라. 아직 못 읽었지만)

 

예쁜 아기들을 데리고가는 어여쁜 엄마 라든가,

훤칠하게 키가 큰 고운 피부의 청소년.

이쁘게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 등등.....

 

안톤 수냑의 글중에서 어린시절 자라던 마을 이야기가 있는 그곳은 곧 고향이라

말하고 싶은것 아니었을까?

 

<추수가 끝난 논과 밭, 경이롭던 무성한 아카시아 숲이 베어 없어지고 말았을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 그 글에서 말하고 있었는데 그 비슷한 얘기로,

 

어릴때 태어나 자라 꿈같은 추억이 남아있는 옛고향을 찾았을때 그늘에서

뛰어놀던 동구밖 느티나무에는 보호수 란 이름으로 동그랗게 울타리가쳐져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켜 놓고는 그 주변으로 잘 포장된 도로가 놓였다면  

이어질수없는 추억에 허전하지 않을까?

(만약에 베어지고 없어졌다면 그것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나만.)

 

개구쟁이 초등시절에 공부하던 모교의 초라한 단층건물  교실 한쪽에 남아있던  작은

나의 책걸상이 어느덧 없어지고  그자리엔   번듯한 몇층의 현대식 교실이 들어서 내가

뛰어놀며 공부하던 그 교실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땐 모교 발전의 기쁨과 나의

허전함중 무엇이 먼저 내 마음에 닿을까?

(만약 폐교되어 없어졌다면 말할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가정했을때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런것들은 장소나 흔적이라도 남아있지.

만약 그 흔적조차 찾을수 없다면 그땐 어떤 마음일까?

소위 개발 이란 이름으로 모든것이 다 없어졌을때 말이다.

 

내가 토끼와 다람쥐를 쫓아 뛰어다니던  뒷동산이 무지막지한 중장비에의해

흔적도 남지않고 평지로 변한뒤 그곳엔 회색빛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물가 풀숲가에 쪽대를 대어놓고 풀속에 발을 넣어 푸걱 푸걱 밟아 휘저은 다음

들어올린 쪽대속에서 무수히 팔딱이던 송사리, 붕어, 미꾸라지는 다 어디로 가고

그나마 맑은물은 흐르는데 구불거리던 냇물은 곧게 펴지고 냇가를 둘렀던 언덕은 

반듯한 축대로 제방을 이루고 물고기들을 잡아올리던 그 풀숲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여름날 수영하다 추워져 파릇해진 입술로 기어 올라 따스하게 몸을 녹이던 냇가

큰 바위는 또 어디로 간거지?

 

구불 구불 돌아가며  온정을 나누었던 좁은 동네길,

딱지치기 구슬치기로 동무들과 밥 시간도 잊은채 뛰어놀던 골목길은 다 어디가고

넓직하게 쪽 뻗은 잘포장된 도로속에 내 추억은 어디,어느곳에 묻힌거란 말인가.

 

그곳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속엔 슬픔에 비할수없는 비감 같은게

더 크게 소용돌이 치지 않을까?

추억을 빼앗긴 초로의 늙은이 마음으로 말이다.

 

요즘

곳곳을 싸돌아 다니며 신도시 개발이란 명목으로 옛모습의 흔적을 찾을수없는 그곳들에

살던 사람들은 다시 그곳을 찾았을때 이런 마음이 들지않을까 생각되어 이글을 써본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신도시.

좀 그전에 성남시 판교,

그리고,

인천시 연수구의 송도동.

 

그리고  내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인천시 주안동.

 

어디 이곳 뿐이겠나만 그 많은 추억의 흔적들을 찾을수없는 그곳들.

그것이 우리를,

아니 나를.

슬프다 못해 서글프게 하면서 망가져나간 자연들에 무한한 미안함을 갖게한다.

 

그 미안함이 나를 더 슬프게한다.

 

P.S

요즘 내가 왜 이 모양인가?

솜이처럼 이쁘고 포근한 글들로 친구들을 기분 좋게 해줘야 할텐데 어째 쓰는

글들마다 이모양인지.

 

뭐 그렇다고 우울증에 걸렸다든지 슬픈 기억만 더듬는 그런 심리 상태는

아니니 걱정들은 말고 (걱정하는 사람이나 있고? ㅎㅎㅎ) 자신이 그런 경우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되어 써본것이니 크게

괘념치는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