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근데 언제 부터였나?
내가 처음 이 공간에서 정말로 충격적이며 환희에 가득찬 첫 경험에 대해서
그전에 쓴적이 있었다.
2004년 7월 4일날 동갑방에 처음 가입하고 그해 9월달에 충북 진천에서
전국 체육대회를 하던날의 사건(?)말이다.
이 공간에서 40대 중반에 만난 사람끼리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동갑이라는
동질감 하나로 글을 주고 받으면서 처음부터 아예 경어 사용을 생략했었다.
그게 어찌나 신기하고 즐겁던지.
그 나이엔 시회 적으로도 가정 적으로도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나이 이기에 점잔은
기본이요 체면치례에 급급한 그런 생활들을 하고 있던 그런 때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런데 얼굴이 안 보인다해서 꼭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초면 대화글부터 반말이라...
그게 어찌나 신기하고 신선하던지 마구 이방 저방을 돌아 다니면서 열심히
반말 지꺼리(?)를 하였었다.
근데 이제 진짜 얼굴을 마주보며 첫 대화를 해야하는 체육 대회라....
승용차를 몰고 진천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은 복잡 할것도없는 계산으로 혼란
스럽기만 했었다.
가게되면 남자는 물론이요, 첫 대면의 여자(친구라기 보다는 여자)들도 많을텐데
첫 대면에 반말을 해야하나 존댓말을 해야하나.
어쩌나?
그런데 그 고민이 얼마나 씨잘데기없는 공연한 짓인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말끔히 가셔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잊지않는 색동이 여친.
그 사람이 접수를 보고 있었는데 그앞에 다가가서 난 약간 어물쩡하게 나를 소개
했었다.
"나, 인천 배~액 작."
그러자 이런....
그 색동이 여친.
벌떡 일어나며 손을 척 내밀면서 하는 말.
"어, 백작아. 어서와."
그말을 듣는순간 무언가가 뒤통수를 퉁!~~~ (꽝 이 아니구) 치는듯한 충격!
그 뒤를따라 급격히 스며드는 환희.
"그래, 이거였어."
"이런 기쁨을 만끽하려고 난 오늘 이곳에 온거야."
처음 만난 여자(친구).
그 첫번째 나누는 반말 대화.
그것이 어찌나 좋았던지 체면이나 위엄을 나타내려 애쓰던 사회의 묵은 때
같은것이 일거에 씼겨 나가는것같은 시원하고 개운한 기쁨을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이사람 저친구 만나면서 처음부터 스스럼없이 반말로 나누는 대화와
처음온 사람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며 신경써주던 친구들.
과장 스럽게 말한다면 천국같은 황홀함 이랄까?
그날의 기쁨과 초면 반말의 충격들.
영원히 잊지못할 즐겁고도 멋진 추억이 되어 내 마음, 가슴에 깊숙히
묻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그후에는 우리끼리 농담으로 처음 왔다고 경어 쓰는 사람은 무조건
벌금 10,000원에 처한다고 우스개 소리도 했었고 어느 친구는 행사장가는
버스 안에서 반말을 못하고 경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실제로 50,000원도
낸적이 있다고?
허허허허.
근데..........
언제 부터였나?
이 공간에서 만남의 장소에서는 아니지만 답글이나 댓글들에 경어를 사용하기
시작한게?
그전 같으면
"백짜가, 수고 많았다~~아."
라고 쓸것을 언제부턴지
"백작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감사한 맘 전합니다."
근데 그것이 신입 회원이 그랬다면 아직 이공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할텐데 그게 아니고 이미 푸욱 익을대로 익은(?) 오래된 벗님들도 그러니까
어떤땐 좀 어색 하기도하고....
암튼.
흐르는 대세가 그렇다면 또 그대로 따라갈밖에.
그렇다고 그런 흐름이 나쁘다 좋다로 구분할것은 아닌것같고 그건 그 나름대로
또 괞찬은 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글을 쓰는것은 뭐 다시금 예전처럼 반말을 하자거나 존대어를 계속 사용 하자거나
따위를 건의 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다만.
처음에 강하게 받았던 그 충격적이 사건(?)이 어느새 밋밋하게 흐르는것 같기에
(어디 까지나 내 개인생각) 언제부터 그랬나? 싶은 의아한 마음에 써본거다.
그러면서 나혼자 내리는 결론.
"뭐, 그게 좋다면 좋을대로, 편한대로들 하시구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