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은정 벗님의 "할배여~~~"

인천백작 2016. 5. 7. 13:29

4월 30일날 무봉산에서의 후기글에 은정벗이 꼬리글을 달아주면서 그 글끝에 "할배여."란 말을

써주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오랜동안의 내 생각을 여기에 남겨보련다.


우리 벗님들 기억도 모두 다 비슷하리라.

우리 어린 초딩 시절쯤,

어느집 환갑 잔치에 가보면 그 주인공 되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깊게 밭고랑같이 패인 주름으로 뒤덮인 얼굴,

허연 머리에다 그 당시엔 다들 못먹고 살아서는 아닌것 같은데 하나같이 비쩍 마른 몸들.

거기에 간혹 허리까지 구부정한 모습.


그런데 어느덧 우리가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사실 얼마전만 하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란 다 늙어서 갈날만 기다리는 존재요,

50 좀 넘어설때 누군가 어린애를 데리고온 젊은 아낙이 나를보며 할아버지라 하며는

이것참 벌써 늙은이 취급인가 싶어서 섭섭 하긴한데 그렇다고 화를 낼수도, 항의 할수도없는

참 떫떠름한 그런 기분이 들고는 했었다.


하긴 그 어린애 기준으로 보게되면 아빠 또래는 훨씬 지났으니 할아버지라 칭할수밖에

없었을 것이란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동갑내기들을 한번 쭈욱 둘러보면 지금 이모습으로 환갑잔치

상앞에 앉는다면 우리 어린시절의 기준으로보면 이제 한 40대 중반 중년이 환갑상을 받고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나뿐만은 아닌가보다.

얼마전 딸과 아들이 하는말,

"아빠,"

"환갑 잔치는 좀 그렇고요."(왜?)

두분이 여행이나 다녀오시는게 어떨까라고 제안을 하는데 허허허...

너희들이 보기에도 환갑상 받기에는 너무 ...........쫌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도 말이다.

이제 한사람 두사람.

손자 손녀들을 보게되는 나이가 되긴 됐나보다.

그 할아버지 할머니란 단어가 왜 그리도 정겹게 들리느냐 말이다.


늙었다 놀리는 말로도,

이제 한세상 풍미하던 시절은 다 갔노라고 무시하는 말로도 들리지않는 이유는 이제 이 아니가 되어서는

귀엽디 귀여운 내 손주 새끼들을 얻었고 그로인해 또다른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니 그에대한 보답 정도로

생각됨일까?


어느날 친구들이 말한다.

"아유.... 백작이 할아버지 되었구나?"

"축하해,"


허허허허허.....

할아버지 되었단 그말이 왜 그리도 즐겁고 기쁘던지.

손주를 보기전 까지는 그말이 그렇게도 흥겨운 말인지 미처 몰랐는데,

할아버지가 되었음이 이리도 기쁜 일이더란 말이다.


늙었기에 될수있는 할아버지?

아니,

아니야.

행복을 더할수있는 세월을 살아낸 나이가 되었기에 할아버지가 된거야.


그래서.

오늘도 뛰어올라 난짝 안기는 손녀 손자를 안고는 행복한 미소를 얼굴 가득히 담아본다.

아직,

주름도 안생긴 팽팽한 얼굴에 말이다.


그렇기에 저기 위에서 말했던 은정 벗님의 <할배여..>

그 단어가 그리도 정겹게 들리는구나.


내 행복을 제대로 알아주는 친구의 축하의 글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또한 한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벗이기에 더욱 다정함이 느껴지는것 아닐까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그 찐한 우정에 새삼 기쁨이 넘치는것도 같구나.

무지 무지 고마워,

할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