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고추?
요즘에 꼭 아들을 기대 한다는것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생각일까?
울딸이 결혼하여 처음 2년여간 태기가없어 애를 태우며 병원을 다니네 좋은 약을
복용하네 법석을 떨더니만 드디어 태기가있어 이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이 귀엽디
귀여운 내 첫 외손녀라.
그런데 그담에 뭐가 그리도 급했던가?
첫애 낳고 8개월만에 둘째를 가지더니 기대했던 아들은 아니고 또 이쁜 딸이라.
이 두놈은 애들 결혼 하기전에 아내가했던 약속대로 우리집에서 키우고있고
딸네집은 우리집에서 약 6km정도에있어 출근하면서 데려다놓고 퇴근하면서 애들을
데려갔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아내의 말대로 아예 맡겨놓고 기르게 되었다.
이제 큰놈이 30개월,
둘째놈이 막 첫돌을 지났는데 이녀석들이 퇴근해 들어온 나를 그냥 놔두질 않는다.
두놈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안아달라, 장난하자 성화를 부리다못해 씻으러 세면실에
들어가면 내가 나올때까지 문밖에서 장난치며 기다리는게 사냥감 노리고 굴앞에서 웅크리고
기다리는 사냥하는 동물 같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것 비스무리한거야 사실인걸 어쩌나.
하루종일 애들에게 시달리던 우리 아내 어이~숙은 그때서야 해방감을 만끽 하는지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기 일을하며 편안히 쉬기도한다.
물론 나는 행복하게 죽을 맛이지만.
근데 아무리 귀엽고 이쁘기 그지없는 외손녀 들이지만 한편으론 약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건 서로 얘기하고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역시 고추 하나는 있어야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딸이나 사위에게는 이렇게 이쁜 딸이면 또 뭘 바라겠냐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하나정도
더 낳으면 혹시 아들일지 모르는것 아니냐는 말이 목 언저리를 뱅뱅 도는건 내
이기심일까?
어느날 둘째놈이 6개월정도 되었을때 딸이 이런말을 했었다.
"셋째가 아들이란 보장만 있다면 셋째를 가져보고 싶다."고
하긴,
딸만 낳은 며느리와 아들낳은 며느리에대한 대접이 어떨른지는 아직 우리세대가
잘 알지 않는가.
혹여 이 글을 읽는 우리 벗님중 딸만 낳으신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저 우리 집안
얘기니 그저 그렇게 읽어나 주시기를.
그런데 이런.....
말이 씨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된게 이런 경우더라.
둘째낳고 6개월동안 생리가 없으니 안심하고 일(?)을 저질렀는데 이럴수가.
셋째놈이 덜커덕하고 들어선거라.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돌아온 딸에게 이것참 무슨말을 해야할지.
축하 한다고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어째 그렇게 되었느냐 핀찬도 할수없는 묘한 기분은
우리 아내도 똑같은 심정이었댄다.
그저 할수있는 말이란게.
"음, 그놈참 기회포착에 대단한 능력이 있는 놈인가보다."
"암튼 기왕 주신 생명이니 건강하게 낳아서 잘 키워 나가자."
뭐 그렇게 말할수밖에 없었고 마음속에는 그저 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이심전심 아니겠나.
임신된지 약 40 일쯤 되었을때 병원에 다녀온 딸이 하는말.
"에휴, 우리 서방은 아들운이 없나봐요."
하는말에 약간은 실망스럽기 했지만 거기에 뭐라 할수 있어야지.
이제 40일밖에 안됐는데 성별 확인은 무리 아니겠느냐.
또 딸이면 어떠냐.
잘 낳아서 키우면 되는거지.
이게 뭐 위로인지 핀찬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3개월 되던날에 병원을 다녀왔다며 딸이 하는말.
"애 아빠가 목욕탕에 데리고 다녀야할 애래요."
와.
그때 하늘을 찌를것같은 내 기분이라니.
물론 그놈이 아들이면 내집안 아들인가?
저쪽댁 아들이지만 암튼 그런거야 따질일도 아니고. 허허허
그렇게 기쁨을준 외손자놈이 이번 5월 1일날을 예정일로 우리곁에 온단다.
물론 아들이냐 딸이냐를 따지는것이 구시대적인 일일지라도 딸이 둘이면 아들 하나정도는
있어줘야 구색이 맞을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참 승질머리도 급하긴 원.
첫째낳고 8개월만에 둘째를 갖더니 둘째놈낳고 6개월만에 셋째놈을?
근데 이녀석(내 딸)이 누구 승질을 닮아서 이리 급한가 그래?
하긴 우리 마눌도 딸낳고 14개월뒤에 아들을 낳았으니 첫애낳고 4개월만에 둘째놈을 가진거지?
그러고보니 도나 개나.
에미나 딸이나.
쯧쯧쯧.....
암튼 기다리는 내 맘이 급하긴하다.
얼른 나오거라.
이 예쁜 내 손자놈아.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