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꼭 이렇게 실감하지 않아도 될텐데...

인천백작 2013. 7. 8. 16:01

남자가 늙어가면서 눈에 띄게 변화하는것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이라면서?

그걸 꼭 실감하지 않아도 될텐데 실감하게 만든단 말이야.

 

이곳 오산에는 전통장날이 3일과 8일이다.

 

오늘,

달라붙는 껌딱지마냥 떨어지지 않으려고 앙앙대는 외손녀를 떼어놓고 차를몰아

출근하면서 시장곁을 지나치는데 과일이니 채소니 하는것들을 가득실은 트럭들이

시장곁의 차로에 주욱 서있다.

 

"가만...........?"

"오늘이 오산 장날?

"그러면 3일? 아니지 8일이구만."

"가만있자....."

"8일이면?"

 

이런 이런 젠장...

그럼 오늘이 바로???

 

1984년 7월 8일.

바로 우리부부 결혼한날 아니던가?

 

그럭저럭 29년을 내곁에 머물러준 고마운사람.

그 사랑스런 우리 아내 어이~숙에게 말한마디 해준다고 벼르다가 외손녀가

징징대는 바람에 그만 잊고 말았구나.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쇠고기국은 그래서 해준거든가?

이런,

눈치하고는 쩝.

 

자동차의 부르투스를 이용하여 아내에게 전화를하여 준비했던 멘트를 날린다.

 

"나에게 시집와줘서 진심으로 고맙네."

그리고는 그다음 준비된말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하려네 숙." 이었는데 이런....

 

고맙네 해놓고는 갑자기 밀려 올라오는 목울대의 울컥 거림은 또 뭐란말인가?

눈가에 찡 하게 밀려나오는 이 축축함은 또 뭐고 말이다.

 

내 원 참.

그말 한마디 해놓고는 혼자서 아내의 고마움에 감격하다니 참내.

이렇게 나이먹고 늙어감을 꼭 실감해야만 하는건가?

 

그러다보니 대사가 슬쩍 꼬여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해주겠네 숙."

 

사랑 해주겠다는거야 일리가 있다지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네 맘대로?
허허허 참내.

 

근데 그 다음에 우리 아내의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으~~~

그럼 뭐야.

그럼 오늘아침에 쇠고기국은 기념일을 생각해서가 아니고 그냥 끓여본겨?

평소에 기념일이라면 철저히 챙기던 우리 숙이 왠일인고?

아마도 외손녀 키우느라 깜빡이라도 했나보다.

 

"아, 이사람아."
"오늘이 7월 8일이야~~아."

 

그때서야 우리 숙.

"아 참참,"

"여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그만 깜빡했네."

 

그런 우리 숙에게 덧붙여 한마디 전한다.

"사랑해 숙."

 

거기에 우리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해준다.

 

"나 두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