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이젠 침대까지 뺐겼다. ㅠㅠ

인천백작 2012. 7. 9. 20:01

"애구."

"그놈의 침대 누가 떠 메가나?"

"어째 그렇게도 붙잡고 사슈? 살기는."

 

밥은 딴데서 먹어도 잠은 한군데서 자랬다는게 꼭 이경우에까지  맞는건 아니겠지만

오늘도 아내는 잠자리 하나만큼은 안방의 내 침대를 고집하는 나를보고 한마디 던진다.

 

원 젠장,

별걸 다 가지고 잔소리야 잔소리가.

내가 내 자리에서 잔다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쯥.

 

암튼 내가 잠드는 장소는 무언가 커다란 이변이 없는한 안방의 내 침대라는건 거의 변함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없었다는 말이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에 누가 그런말을 만들어 내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근데 이건 아프지 않은 정도가 아니고 아예 이물감조차 느낄것같지 않더라.

도대체 어느 누가 내게 이런 녀석을 점지해 주셨단 말인가.

이렇게 귀하디 귀하고 귀엽디 귀여우며 가만히 바라다보고 있다보면 나도몰래 꽉 깨물어 버리고

싶을만큼 그저 어여쁘기 이를데없는 내 이쁜 외손녀를 말이다.

 

아침에 일하러 나가면서 한번보고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돌려 현관문을 나섰다가

일 끝나 귀가하면 그저 아내보다 이녀석의 모습을 먼저 찾게되니 이거야 원....

 

다른일이 힘들다면 짜증이라도 낼만하겠구만 우리 마눌은 애보느라 수척해진 얼굴에도

그놈의 미소가 떠나질 않는데다 아마도 남편이 자기말고 다른이를 먼저 찾으면

질투에찬 바가지 한번이라도 쏟아낼만 하겠구만 애기찾는 남편앞에 냉큼 대령하는 꼴이라니.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아,

요녀석이 약 10일정도 지나서부터 다른곳에서는 모르겠는데 안방의 내 침대에 눕혀놓으면

그렇게도 곤하고 편안하게 잠을 잘수가 없더라.

할배 침대가 그렇게도 좋다는건지 아니면 이참에 이 할배를 안방에서 추방해 버릴려고 지

할매랑 짜고 덤비는건지 몰라도 암튼  그렇더란 말이다.

 

어제는 안방에서 내가 나오자마자 우리딸 하는말.

"와~아!!!."

"할아버지 나오셨다. 야호!"

소리와함께 지 딸,

그러니까 내 외손녀를 안고는 쏜살같이 안방으로 내달아 침대에 납죽 눕히는게 아닌가.

 

뭐야?

이거.

졸지에 침대나 뺐기고 말이야.

 

떫떠름하게 바라보는데 콧구멍이 근질 거리더니 냅다 재채기가 나온다.

혹시라도 애가 깨기라도 할까봐 "엣취!" 소리도 최대한 죽이며 재채기를 했는데도 이 딸내미 왈.

"아, 애 깨욧!"

 

그소리 듣고 돌아서며 기가 막힌다는듯 혼자서 중얼중얼 투덜 거려봤더니 또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젠장. 옛날에는 할아버지 주무시는데 방해된다고 우는애 데리고 밖으로 나갔구마는 요즘엔

 오히려 할애비가 재채기도 맘놓고 못하다니 원.... (궁시렁 궁시렁 투덜 투덜...)

 

그랬더니 울 딸.

"왜요, 억울해요?"

 

에구...

힘없는 할애비가 뭐라겠수.

그저 기껏 한다는 소리.

"에잉, 뭔말을."

"그저 고맙고 행복할 뿐이지..."

 

 

으~~

안방에 침대 뺐기고 재채기도 맘놓고 못하는것도 모자라 거기에 아첨까지.....

 

에궁.

불쌍하기 그지없는 할배야...........

 

(병도 아주 큰 병이다.

 이 팔불출이 아내 자랑으로도 모자라 이젠 외손녀 육아 일기까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