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렇게까지 변했을 줄이야.
아무리 오랫만에 만나더라도 닉네임은 잊어도 얼굴은 잘 잊어버리지않는 나인데도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를 못했었다.
5월19일날 전국 봄 야유회날,
경기남부 친구들이 탄 관광버스가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중 중간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시간.
닉네임도 처음이요 직접 보기도 처음인것 같지만 차안에서 조금 긴 대화를 나누었던 여꼬 친구
한명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의외라는듯 또다시 말을건다.
"백작, 나 몰라요?"
그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짧거나 길거나 그놈무 달구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도저히 누구인지
본 기억이 안난다.
아무리 내 기억력이 짧아도 하다못해 얼굴이라도 기억할텐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게 아닌가.
동그마한,
그러면서 사람좋은 인자함이 소올솔 풍겨나오는 이쁘장한 얼굴.
자그마 하면서도 적당한 몸집의 (사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몸매. ㅎ~) 아담한 여인.
서글 서글하고 자상하며 아름답게 빛나는 선한 눈매.
결코 가볍지않은,
그러면서 깊은 인격의 품위가 묻어나는 조용 조용한 말씨.
누굴까?
아니 누구였을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도저히 생각 나지않는,
그런 내모습이 재미있다는듯 앞에서 생글생글, 조금은 심술궂게 웃고있는 여인.
기어코는 내가 항복하고 말았다.
"어, 미안."
"도저히 기억이 안나는데 누구?"
그여인이 그때서야 자신의 닉네임을 (그때까진 명찰을 착용하지 않았다.) 말한다.
예전닉은 ㅇㅇㅇ 이었는데 카페지기와 헷갈릴수 있겠기에 ㅁㅁㅁ로 바꾼 누구라고.
"아! 그럼 5년전에 만나고는 오늘 처음인 ㅇㅇㅇ 이?"
맙소사.......
그녀가 이렇게 변했다니.
이런 놀라운일이.....
그녀의 변화에 내가 놀라는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5년전 가을 전국 체육대회날.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던 그녀.
그모습이 조금은 특이하다 생각되어서인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나는 그때 그녀의 모습들.
그녀의 몸매는 날씬한게 결코 아니었다.
날씬함이 지나쳐 불쌍해 보일만큼 비쩍 마른몸매.
뾰족한 턱과 날카롭게 보이던 눈매.
거기에 더해서 홀쪽이 들어간 그녀의 뺨.
끊임없이 불안한듯 두리번 거리는 날카롭게 보이던 눈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속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것을 저주하는듯
원망이 가득한 말들을 했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하다못해 친구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마저도 탐탁치 않다는듯 이죽거리며 힐난을 해댔었다.
그녀의 말들을 들으며 그당시 내 생각에는 만약에 그녀의 그 말들을 듣기 싫다거나 그말이
틀렸다는듯 내가 반박이라도 했다가는 그나마 그녀는 대화조차도 나눌 상대조차없는 막막한
생활속 어둠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듯이 보였었다.
내가 비록 성인군자는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그녀의 말들을 들어주는것 만으로도 그녀를
어느정도 다독 거리는 효과가 있지않을까 생각되어 가끔 맞장구를 쳐주면서 짧은 대화를
이어 나가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밖에 하지못하는 그녀의 답답함에 가슴이 먹먹
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는 아주 <건방>지게도 이런 그녀에게는 내가 친구가되어 그런 마음들을
녹여줌이 좋은것 아니겠나 생각도 가져보고는 했었다.
여기서 건방 지다는게 왜냐하면.
내 자신도 시간이 없어서 모임에 잘 나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감히 누구 친구가 되어준다니.
이보다 더 건방진 생각이 어디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슬며시 겸연쩍게 웃게된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180도 달라져있으니 이런걸 기적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그후에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5년전 그녀는 가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었단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누구하나 그녀를 돌봐주고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서 또다른
무언가라도 가져갈게 있는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더란다.
그러니 그당시 그녀에게는 세상 모든사람과 모든 조건들이 자신을 버린것처럼 보이게 되었고
마음속에는 오로지 세상에대한 원망과 원한만으로 가득차있는 생활의연속 이었댄다.
그나마 그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고 이 꼬방에 가입했지만 보이는 또 그 모든것은
자신의 주변생활과 다른게없어 보이더란다.
그래서 5년전에 모임을 끝으로 거의 한동안은 이 공간에 방문을 안했단다.
그리고는 약 1년이 흐른후.
어느날 곰곰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자신을 돌아보던 이 친구.
이미 다른 친구들도 잘 알다시피 자신을 돌아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모든게 자신의 문제였지 결코 주변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더란다.
그래서 그런 자신을 돌이켜 굳건히 세울수 있도록 도와달라 통렬히 기도하였고 그러면서
주변과 화해하며 긍정적이고 밝게 생활할수 있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듯 독려했단다.
그렇게 2년여동안 열심히 노력한 그녀.
새삼스레 돌아보니 세상은 이렇게도 밝고 사랑이 충만한곳임을 새삼느끼며 그속에서 함께하는
자신이 그렇게 행복할수 없으며 그동안 어둠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뛰어들어 얽매여 낭비하다시피
보냈던 생활들이 아깝기 그지없어 그동안의 생활들에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더 열심히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갈것임을 다짐하게 되더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나 자신도 어찌나 즐겁고 기쁘던지.
그런 이야기를하며 환하게웃는 그녀에게 아낌없는 축복의 말들을 와장창 퍼부어 주었다.
그래,
고맙다.
예전의 고은이 야.
지금은 신나리 야.
우리 그렇게 그렇게 즐겁고 신나고 또 행복하게 남은여생을 친구란 이름으로 아름답게 살아보자.
비록 자주 만나거나 소식을 주고 받을수는 없을지라도 언제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친구로 새기고
지내보자.
우리 다음에도 또 이렇게 즐거이 만날수 있는거지?
기다릴께.
오늘도 그 친구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고맙다.
신나리 친구야. ^^*